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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겸] For White Christmas




갈색 머리의 남자가 눈을 뜬다. 백색 빛이 아플 정도로 눈을 찌른다. 언제부터 누워 있었던 건지 모를 정도로 뻐근해진 허리를 일으켜 세우며 남자는 낯선 주위를 경계한다.



정적.



「거기 누구 없어요?」



또다시 정적.



남자는 고요함이 주는 위압감에 소름이 오소소 돋은 팔을 쓸어내린다. 부드러워 보이는 갈색 머리가 축 처진다. 남자의 앞에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하얗고 높은 벽이 있다. 뒷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들어 봐도 '천장'은 보이질 않는다. 거대한 구형의 어항을 뒤집어 엎어 놓은 듯한 형태 속에서 남자는 별안간 어지러움을 느껴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딱딱할 줄만 알았던 바닥이 폭신하게 남자의 엉덩이를 감싸온다. 바닥을 짚은 손바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몽글몽글 잡힌다.



(스티로폼?)



몸무게를 지탱하는 손바닥 밑에 깔린 것들이 쉽게 뭉그러지지 않은 것을 보니 스티로폼은 아닌 것 같다. 백색의 것들 사이로 반짝이는 푸른 조약돌, 아니 그보다는 훨씬 작은 구슬처럼 생긴 것이 섞여 빛난다. 한 움큼 손에 쥐어 올리자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사르륵 떨어지는 느낌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남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곳을 돌아보기로 한다.







For White Christmas
w. 열하나







마치 백색의 불투명한 유리구슬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천장은 남자의 머리보다 몇십 배는 높아 보였지만 사실 그 끝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온통 흰색 뿐이라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벽면이고 천장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눈대중으로 짐작하기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그것이 구의 4분의 1 정도를 잘라 놓은 듯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 짐작하고 있었을 뿐이다. 남자는 흰색 벽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손을 들어 벽면 위에 올렸다. 차갑고 단단하다. 남자는 벽에 손을 얹은 채로 조심스러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신발의 까끌한 고무 밑창 바닥으로 뽀드득 소리가 났다. 마치 눈이 퐁퐁 내리던 날, 아무도 범접하지 못한 눈바닥에 발을 들이던 순간처럼.



벽을 따라서 조금 걸었을까, 역시나 그곳은 구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기가 커서 남자가 직접 느낀 것은 미세했지만 지나오면서 남겨진 남자의 발자국은 그것이 확실함을 입증해 주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한다. 저기 뒤부터 이어진 발자국의 선이 확연히 휘어져 있다.



여긴 어디일까. 나는 여기에 혼자 남겨진 것일까. 그렇다면 왜?



구체 안 바닥은 온통 흰 것들로 가득하다. 남자는 그곳에 하나둘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잠시 짓눌려 있다가도 이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마치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것처럼. 흰 바닥의 중심에는 집과 나무가 덩그러니 있었다. 그것들은 어딘지 모르게 따뜻해 보이지만 또한 동시에 인공적인 느낌을 주었다.  옆에 뜬금없이 우뚝 서 있는 나무도 마찬가지였다.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나무는 짙고 선명한 녹색을 띄었다. 선명한 갈색의 기둥 위에 얹혀진 것처럼 보이는 잎들은 위에 희끗희끗 하얀색을 가지고 있었다. 눈이 내려 쌓인 것처럼 보이지만 눈이 아니었다. 딱딱하게 굳은 페인트처럼.



나무 옆으로 몇 발자국 못 가서 벽돌집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붉은기가 도는 갈색의 벽돌 위에 얹혀진 또다른 붉은색의 지붕이 바닥과 대조되어 오히려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남자는 가볍게 손을 말아쥐고 벽돌을 두드린다. 딱딱하게 메워진 소리가 둔탁하게 울린다. 그는 집 주변을 돌아보기로 한다.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 지나는 벽에 창문 하나가 작게 나 있었다. 남자는 두 손을 모아 어두운 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침대 하나, 불이 켜지지 않은 벽난로, 동화 속 삽화에서 나올 것 같은 목재 흔들의자 하나, 그리고 바닥에 넓게 깔린 카페트. 사람은 없었다.



남자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그곳을 지나쳐 집 뒤로 돌아갔다. 뒤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한 면을 더 돌았을 때, 남자는 하얀 바닥 위에 널부러져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멀리서 봐도 성인 남자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에게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에 전기가 찌릿 통하는 기분이었다.



정자세로 누워 있는 남자의 옆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았다. 죽은 건 아니겠지, 남자의 가슴이 작게 오르내렸다. 안경 너머 눈이 반짝 빛난다. 차마 손을 댈 수는 없었다. 손을 대는 순간 그가 하얗게 변해 버릴 것만 같아서. 흰 바닥의 일부분이 되어 버릴 것만 같아서.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눈을 뜬 그는 어떤 모습일까.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움찔.



미동 없던 남자의 손가락 끝이 떨렸다. 곧이어 남자는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눈동자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의 눈동자에 점점 생기가 돌며 자신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모습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 악!」



남자가 펄쩍 뛰어올라 그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져 나갔다. 잔뜩 날이 선 모습이었지만 어쩐지 아무 위협도 느껴지지 않아 토끼 같기도 했다. 자신을 담았다가, 주변을 빠르게 훑는 그 눈동자에 두려움이 한껏 서려 있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음,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여기가 어디인지. 저도 눈 떠 보니까 여기였거든요.



남자가 한 발짝 다가가 손을 뻗었다.



「전원우예요. 그쪽은?」
「… 이석민이요.」



원우는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당분간 잘 지내 봐요.








*








「형, 이거 봐요!」



석민이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의자에 앉아 있던 원우는 천천히 일어나 바깥으로 향했고 집 문 앞에 조그만 눈사람, 정확히 말하자면 눈사람 형태의 것을 품에 안고 있는 석민이 있었다.



「바닥에 있던 것들, 눈처럼 잘 뭉쳐지더라고요. 그래서, 눈사람!」



꽤나 정성을 들였는지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삐뚤빼뚤 눈과 입도 그려 놨다. 긴 나뭇가지를 꽂아 만든 볼품없이 가느다란 팔도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항상 고요하고 평온한 이곳은 소리가 없었다. 변화도 없었다. 소리는 원우와 석민이 이야기를 나눌 때나 생기고는 했다. 석민은 생각보다 많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소리, 별것 아닌 원우의 실없는 농담에 웃는 소리, 주변을 산책하자며 집안에 있는 원우를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고는 했다- 부르며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의 눈을 밟는 소리,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거세게 뛰는 원우의 심장 박동 소리까지 모두 그가 만들어낸 소리였다.



「형 선물이에요.」



나름 뿌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이석민과 주변의 모든 백색의 조화가 어우러진다. 원우는 잠시 그 조합에 숨이 멎은 듯했다가 다시금 제게 내미는 석민의 손길에 정신을 차리고 그가 내미는 눈사람을 받아들었다. 분명 두 손으로 받들어야 할 만큼 크기는 꽤 됐지만 무게는 얼마 나가지 않았다. 보통의 눈사람과 다르게 손끝이 시려올 정도로 차가운 느낌도 없었다. 원우 자신은 눈사람에 대한 정확한 기억이 없다. 그것은 비단 눈사람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오기 전에 있었을 모든 기억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억의 길을 한순간에 누군가가 끊어 놓은 듯 눈을 뜨기 전의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내가 누구인지도, 어디서 무얼 했는지도. 그것은 석민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과 여유롭게, 그것도 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다. 굉장히 바보같고 멍청한 짓이었지만 원우는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기도 했다. 어차피 자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전에 석민과 가족 관계만 아니었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석민이 자신을 보며 웃는다.



「무슨 생각해요?」
「어? 어, 눈사람 귀엽다고.」



원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눈사람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얘 민머리네. 허전하겠다. 별 시덥잖은 자신의 농담에도 석민은 재미있는지 웃는다. 원우도 그를 따라 조금 더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무렴 어때, 좋으면 됐지. 그렇게 눈사람은 집 문 앞에 놓여졌다. 눈사람이 녹을 일은 없었다. 눈사람은 차갑지 않았고, 그곳도 차갑지 않았으니까.





*





작은 지구-편의상 둘은 그곳을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안에서 원우와 석민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씻을 필요도 없었다. 그저 눈을 감고 눈을 뜨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 적도 없었다. 그러니까, 매일매일이 똑같은 하루였다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작은 지구 안에서 올려다보는 천장으로 알 수 있었다. 밤이 되면 작은 지구는 어두워졌다. 아침이 되면 작은 지구는 밝아졌다. 가끔, 아주 가끔 밤에 하늘을 보면 넓은 천장 어딘가에 반짝이는 빛 몇 개가 보이고는 했다. 그들은 그것은 '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별을 보기 위해 그들은 밤마다 따뜻한 눈 위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 날은 눕기도 했다. 고요한 작은 지구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잡기도 했고 가끔, 아주 가끔 별이 보이면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이 가끔, 아주 가끔 오는 그런 날이었다.



「저번에 본 별은 반대쪽이었는데.」
「그러게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밝지 않아요?」



무릎을 끌어안고 반짝이는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던 석민이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등 뒤에 손을 짚고 보고 있던 원우의 시선이 석민에게로 향했다. 석민이 뒷통수 밑으로 손을 밀어넣어 깍지를 꼈다.



「형, 있잖아요.」
「응.」
「사실 나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거 하나 있어요, 여기 오기 전 기억.」



석민의 눈빛이 짐짓 진지해 보여 원우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크리스마스, 그게 기억나요. 그러니까, 우리가 눈 뜬 날이 크리스마스랑 관련이 있다고. 근데 크리스마스가 뭔지 모르겠어요. 형은 혹시 뭐 생각나는 거 없어요?」
「… 글쎄.」
「아쉽다. 여기에 대해서 뭐 알 수 있나 싶었는데.」



원우의 머릿속에 크리스마스가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뭔가 생각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흰색, 차가움, 포근함, 고요함, 그리고......



「눈.」
「네?」
「눈 오는 날이었어, 크리스마스는.」
「우와, 그렇구나.」



눈 오는 날이었구나…. 석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땅을 짚은 손바닥에 따뜻한 눈이 만져졌다. 석민이 눈을 한 웅큼 퍼 팔을 들어올려 손바닥을 바닥으로 향했다.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던 눈이 스르륵 땅 위에 쌓인다. 몇 번을 반복하던 석민은 자신을 말없이 바라보는 원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만약에, 여기에도 그런 게 있다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형?」



원우가 석민의 눈을 마주친다. 허리를 숙여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간다. 코끝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도 석민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안경 너머로 원우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올 거야.」



원우의 대답을 들은 석민이 가만히 눈꺼풀을 내려 감는다. 무언의 동의의 표시로 받아들인 원우가 그대로 석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찍는다. 입맞춤은 점점 짙어지고, 밤하늘은 더욱 어두워져 하나의 빛을 감싸안는다.






*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불이 켜지지 않는 벽난로 앞 흔들의자에 앉아 집 어딘가에서 찾은 작은 노트를 뒤적거리는 원우와 침대 위에 걸터앉아 그런 원우를 바라보는 석민. 창문 밖으로는 여전히 까만 밤하늘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별도 뜨지 않는 아주 아주 고요한 날이었다. 원우와 석민은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별은 언제든지고 다시 나타날 테니까.



「일주일이나 지났네요.」
「그러게.」
「크리스마스… 안 오는 걸까요?」
「아쉬워?」



네에. 눈 내리는 거 보고 싶었는데. 입술을 삐쭉삐쭉 내밀던 석민이 그대로 발라당 침대에 등을 붙였다. 그 모습이 퍽이나 귀여워 원우는 노트를 바닥에 내려두고 석민을 바라보았다. 석민의 시선 끝에는 아무 무늬 없는 천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무심코 돌아본 창문 밖에는...



「어, 어어!」



석민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갔다. 덩달아 놀란 원우 또한 석민을 따라 흔들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작은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문 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



아니,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분명 바닥에 있던 눈들은 올라가고 있었다. 원우는 입을 벌리고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석민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비볐다. 석민의 입가에 환한 웃음꽃이 만개한다.



「형,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예요!」



기억 속 그 장면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지만, 원우는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 상승하는 흰 눈 사이로 바닥에 섞여 있던 작고 푸른 구슬처럼 생긴 것들이 반짝이며 빛났다. 그 빛에 흰 눈은 은색이 되기도 했고 아무것도 섞이지 않는 순수한 흰색이 되고는 했다. 석민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자신을 둘러싸고 올라가는 눈을 온몸으로 스친다. 별안간 움직임이 멈추고 시선은 원우를 향했다. 성큼성큼 걸어와 어느새 원우의 코앞까지 다가온 석민의 두 손이 원우의 턱을 잡고 그대로 입술을 맞부딪혔다. 한 번 깊숙이 파고들었던 입술이 떨어지고 석민이 뿌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방금 기억났어요. 이런 날에는 뭐라고 말하는지.」



메리 크리스마스. 다시금 입술이 붙는다. 이전보다 더욱 진한 입맞춤에 응하며 원우는 생각했다. 이 남자와 함께라면 어디든 오늘처럼 행복한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 될 것 같다고.



한참을 올라가던 것이 잠시 멈추었다. 바닥에 있던 거의 모든 것들이 올라갔는지 처음 보는 흰색의 딱딱한 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내 눈송이들은 바닥으로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나둘 떨어지던 은빛 눈송이는 어마어마한 양으로 불어나 머리 위로, 어깨 위로, 입술 사이로 떨어진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지는 눈은 작은 지구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뒤덮을 정도로 쉴새없이 빛난다. 눈부시게 따뜻한 눈을 맞으며 둘은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







「자기야, 나 이거 할래.」
「이거?」
「응, 안에 있는 사람 모형이 예쁘잖아.」



금색의 조명들이 반짝이는 가게 안을 돌아다니던 여자가 자신의 앞에 있는 작은 스노우볼을 가리켰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른 것은 꽤나 둘의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쌓인 눈 위에 놓인 작은 집과 나무 하나,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포옹하고 있는 두 사람 모형이 있는 스노우볼이었다. 바닥에 쌓인 눈이 금색 조명빛을 반사시켜 반짝이는 게 참 예뻤다.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계산대로 향하자 인자한 미소를 가진 가게 주인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잘 고르셨네요. 이게 안에 있는 것들이 다 수공예거든요. 하나하나 다 깎아 만들어서 오늘 처음 내놓은 거예요. 포장해 드릴까요?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포장까지 해 드리는데.」



네, 해 주세요. 하는 대답과 함께 익숙한 손놀림으로 가게 주인은 스노우볼을 작은 상자에 넣은 뒤 가게 분위기와 어울리는 포장지로 정성스럽게 감싸기 시작했다. 마지막 리본까지 예쁘게 묶은 다음에서야 스노우볼은 다시 여자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가게를 떠나가는 두 사람의 등에 대고 주인이 그녀의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화이트 크리스마스 되세요!」








* 이미지 출처 tumblr
* 2017년 12월 월간겸른에 제출하려다가 사정상 이제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이미 훨씬 지났지만......
* 약간의 부연설명: 사실 원우와 석민이는 크리스마스 스노우볼 안에 있던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지막에 나온 커플이 그 스노우볼을 구매한 거구요. 원우와 석민이가 기억한 크리스마스와 눈은 둘을 조각한(수공예 모형이라고 마지막에 언급함) 사람들이 말한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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